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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쿠데타는 환상인가…측근 통해 감시 철저해 불가능

국기연 기자

기사입력 : 2022-05-04 09:55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고 있는 지난 4월 25일 독일 쾰른에서 한 남성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묘사한 화가 토마스 바움가르텔의 예술작품과 함께 건물 벽에 걸린 현수막을 찍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고 있는 지난 4월 25일 독일 쾰른에서 한 남성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묘사한 화가 토마스 바움가르텔의 예술작품과 함께 건물 벽에 걸린 현수막을 찍고 있다. 사진=로이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고 있는 지난 4월 25일 독일 쾰른에서 한 남성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묘사한 화가 토마스 바움가르텔의 예술작품과 함께 건물 벽에 걸린 현수막을 찍고 있다. 사진=로이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두 나라뿐 아니라 지구촌 전체가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철권 통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쿠데타로 축출되면 이 전쟁이 조기에 종식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표출되고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실각 시나리오는 '환상'이나 '희망적 사고'에 불과하다는 게 러시아 문제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에 푸틴을 겨냥해 "그가 계속 권좌에 앉아 있으면 안 된다"고 발언했다. 이는 미국이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모색하는 것으로 해석돼 파장이 커지자 바이든 대통령이 즉각 수습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느끼는 도덕적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추진하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끝까지 거부할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서방 입장에서는 러시아 내부에서 쿠데타가 발생해 푸틴 대통령을 축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다.

바락 바르피 전 뉴아메리카 재단 연구원은 최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칼럼에서 "러시아에서 쿠데타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군부 또는 보안 기관이 쿠데타를 일으켜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고, 기대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라고 그는 주장했다.

푸틴과 같은 독재자는 늘 쿠데타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면서 권좌를 유지해 간다. 측근을 통해 군을 감시하고, 보안 기관 간 충성 경쟁을 유도하면서 쿠데타의 싹이 아예 자라지 못하도록 뿌리를 뽑는다. 푸틴은 국가보안위원회(KGB) 후신인 연방보안국(FSS)을 통해 쿠데타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철권 통치 체제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KGB 수장 출신인 푸틴은 그 누구보다 정보기관의 조직과 기능에 정통하다. 푸틴은 정보기관 간 교류를 차단하면서 정보기관이 크렘린궁에 직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정보 기관 간 감시와 충성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러시아 안보 수뇌부를 가리키는 실로비키(siloviki)들이 푸틴 체제의 핵심 권력을 차지했다. 푸틴이 이들에 의지해 권력을 강화하고 통치해왔다. 실로비키가 푸틴에 맞설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그 다음으로는 군부 지도자의 반기를 예상해볼 수 있다. 그렇지만 러시아군은 현대사에서 통치자에 맞선 적이 한 번도 없다. 러시아군이 공개적으로 반란을 일으킨 마지막 사례는 1825년 데카브리스트(12월 당원)들이 니콜라스 1세 황제 폐위를 시도한 일이다. 반란군은 대패해 쿠데타 지도자들 대부분이 처형당하거나 망명했다.

러시아에서는 아직 군이 권력의 대안으로 부상한 적이 없고, 러시아군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왔다. 그렇지만 많은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는 러시아군 사망 숫자를 7000~1만5000명가량으로 추정하고 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 숫자가 2만 명이 넘는다고 주장한다.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군의 사망자가 급증하면 러시아 군부 내에서 전쟁 조기 종식 목소리가 나올 수는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고 있음에도 러시아에서 쿠데타 가능성이 거의 없어 이번 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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