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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경쟁력 강화 논의 속 자사주 매입 논란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1-12-12 11:19

미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살리기 위해 520억 달러를 지원하지만, 그동안 인텔 등 반도체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과 주주 배당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사용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살리기 위해 520억 달러를 지원하지만, 그동안 인텔 등 반도체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과 주주 배당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사용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미국 상원은 향후 10년 동안 미국 반도체 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반도체 기업에 520억 달러를 지원하는 미국 칩스법(CHIPS for America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하원에서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기업 및 전문가들과 논의를 통해 미국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지에 대해 검토하는 과정을 남겨두고 있다.

칩스 법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제조 투자를 장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이 미국이 반도체 경쟁력에서 뒤처지게 된 조건을 법이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미국 인센티브 구조는 경영진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가 상승할 경우 혜택을 받도록 되어 있다. 굳이 신규 투자에 집중해 성과를 내지 않아도 된다.

현재 칩스 법에 대한 로비를 하고 있는 몇몇 미국 기술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지지를 호소하는 가운데서도 주가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매사추세츠대 경제학과 윌리엄 라조닉 명예 교수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협회 (SIA) 회원 가운데 최근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 서명한 기업들인 인텔, IBM, 퀄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브로드컴은 지난 10년 동안 2490억 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인텔이 TSMC와 삼성전자의 프로세스 기술에 뒤처진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재투자보다는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자금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인텔은 지난 5년 동안 자본 지출 500억 달러, R&D 530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350억 달러의 주식 매입과 220억 달러의 현금을 배당했다. 이는 인텔의 순이익의 100%를 모두 차지하는 엄청난 액수다. 인텔이 주주들에게 배당한 금액은 삼성이나 TSMC가 제공한 것보다 훨씬 컸다.

인텔과 마찬가지로 IBM도 그동안 주주 가치의 극대화에 주력했다. 1990년대에 인력을 대폭 감축한 후 IBM은 1996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배당금 지급액을 늘리면서 주주들에게 환매의 형태로 배당을 시작했다. IBM은 1995년부터 2004년까지 514억 달러(순이익의 79%)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197억 달러(93%)를 배당했다.

IBM은 이 자금을 최첨단 칩 시설에 투자할 수 있었지만 2015년에는 반도체 팹을 글로벌파운드리에 매각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IBM은 700억 달러(순이익의 92%)를 인수했으며,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00억 달러(순이익의 93%)를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미국 반도체 연합(SIAC)은 2021년 5월 칩스 법의 통과를 위해 의회에 로비하기 위해 출범했다. 회원으로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구글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자사주 매입에 총 6330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칩스 법에 따라 책정된 정부 보조금 520억 달러의 약 12배다.

SIAC는 미국 경쟁업체들이 반도체 제조에 상당한 인센티브와 보조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글로벌 반도체 제조 능력의 미국 점유율이 12%로 급락했다고 경고했다.

1977년에 설립된 미국 반도체 산업협회(SIA)는 2020년 9월 정부의 반도체 인센티브 및 미국 경쟁력 보고서에서 향후 10년 동안 새로운 글로벌 팹 용량 6%만이 미국에서 생산될 것이며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팹 생산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500억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통해 향후 10년 동안 미국에서 19개의 고급 팹을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의심의 여지없이, 중국이든 미국이든 간에 정부의 자금 조달은 초소형 전자공학 기술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거대한 기술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은 70년 전 초소형 전자공학 산업이 탄생한 이래로 필수적이었다. 1987년과 1992년 사이에 미국은 미국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경쟁력을 지원하기 위해 14개 반도체 회사로 구성된 비영리 컨소시엄인 Sematech(Semiconductor Manufacturing Technology)에 매칭 펀드로 5억 달러를 제공했다.

2001년에 미국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총 121억 달러, 2011년부터 2020까지 10년간 총 169억 달러의 예산으로 국가 나노기술 이니셔티브(National Nanotechnology Initiative)를 시작했으며 2021년에는 17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큰 지원과 투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글로벌 반도체의 리더십은 추락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투자에 중심적 역할을 해왔으며, 이로 인해 국가는 첨단 기술의 글로벌 리더가 되었다. 그러나 정부 투자는 주요 기업이 참여할 때만 성공한다. 국가 차원에서 칩 산업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투자는 520억 달러보다 훨씬 크며 아마 어느 정부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이제 미국은 정부만 움직일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정부-비즈니스 협업은 관련 기업이 ‘유지 및 재투자’에 몰입할 때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다. 회사는 기업 이익을 유지하고 생산적인 역량에 재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기술 회사들은 ‘지배 및 분배’ 구조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의 강점을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을 지배하지만 주주 이익 배분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 미래 경쟁력을 리드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칩스 법을 통과시키면서 의회는 SIA와 SIAC의 서약을 엄격하게 이행하도록 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동 협회 회원 기업들은 향후 10년 동안 자사주 매입을 중단한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의회는 환매를 막기 위해 증권거래위원회 규칙(10b-18)을 폐지해야 한다. 이 관행은 현금이 많은 회사가 주식을 다시 사서 소각할 수 있게 허용한다. 발행주식의 감소는 주가를 강하게 끌어올릴 수 있다.

현재는 기업 경영진과 헤지펀드 매니저 모두 실현될 이익을 높이기 위해 보유한 주식을 매입하고 매각할 수 있다.

팹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 자금을 수십억 달러 지원하는 것이 반도체 산업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투자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근 일본 정부, TSMC, 소니가 팹을 구축하기 위해 실행한 합작 투자는 미국의 잘못된 투자 관행과 비교할 때 좋은 본보기가 된다. 미래에 투자하지 못한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잃게 한다.


박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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