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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일본, 최첨단 잠수함 타이게이(大鯨) 진수 ‘그 속내’

노정용 기자

기사입력 : 2020-12-27 10:44

일본의 잠수함 타이게이(TAIGEI)함. 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의 잠수함 타이게이(TAIGEI)함.
일본은 지난 10월 14일 소류급 잠수함 후속 모델로 타이게이(TAIGEI)급 1번함 진수식과 명명식을 개최했다. 타이게이의 타이(大)는 크다는 의미이고 게이(鯨)는 고래 즉 큰고래라는 의미다.

타이게이(大鯨)함의 길이는 84m이고 폭은 9.1m로 소류급과 같지만 높이가 약 1m 정도 길고, 톤수가 소류급보다 50t가량 더 크다. 승조원은 70명이며 건조비용은 한화로 약 8000억 원에 달한다.

소류급은 저진동‧저소음으로 세계 최고 성능으로 알려져 있는데 타이게이함은 이보다도 조용하고 성능이 향상됐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은 소류급 11번, 12번함에 GS유아사가 개발한 리튬이온배터리를 탑재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기존 납배터리에 비해 한번 충전으로 3배 가량 오래 쓸 수 있고, 배터리 수명이 3배 가량 길며, 충전 속도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기존 납배터리로는 수중에서 최대속력으로 한 두 시간 밖에 가지 못하지만 리튬이온배터리는 10배가 넘는 30시간 이상 출력이 가능하다.

타이게이급이 리튬이온배터리 탑재 소류급(11, 12번함)과 크게 다른 점은 소류급이 기존 납배터리와 스털링AIP로 설계된 잠수함을 설계 변경한 반면, 타이게이함은 처음부터 리튬이온배터리 잠수함으로 설계됐다. 이렇게 설계단계에서부터 리튬이온배터리 전용 잠수함이 되면, 추진동력시스템과 스노클 시스템을 리튬이온배터리에 최적화시켜 더욱 짧은 시간에 충전이 가능하고, 소음을 줄이며 추진효율도 향상시킬 수 있다.

또 광섬유 기술을 인용한 신형 고성능 음파탐지 시스템으로 탐지 능력이 향상됐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수중드론을 전력화해서 사용한다는 것으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또한 소류급 8번함부터 사용중인 어뢰 TCM 장비를 탑재하고, 기존 89식 어뢰의 후속인 신어뢰 18식을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89식 어뢰도 미국의 MK48과 동등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어뢰인데, 89식 어뢰보다도 더욱 성능이 향상된 신형어뢰 탑재로 공격능력을 향상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타이게이함 진수식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첫째, 일본정부는 축소지향적인 특성을 추구하는 바 조용히 양적‧질적으로 잠수함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타이게이함 진수를 하며 3000t이라는 수치에 집중하며 소류급과 큰 차이가 없다고 강조한다. 소류급도 수상배수톤수는 2950t이지만 수중배수톤수는 4200t이다. 한국은 가능하면 수중배수톤수를 사용해서 배를 크게 보이려 하는 경향이 있는데 반해 일본은 오히려 수상배수톤수를 사용해서 배를 작게 보이려 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오야시오급 2척을 이미 훈련함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것들을 보유척수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목표가 22척 체제로 운영한다고 말을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24척이라 할 수 있다. 일본해상자위대는 매년 한 척씩 도태시킨 잠수함을 유사시 활용을 위해 보관하고 있다. 대부분 나라들은 자신이 보유한 잠수함을 과시하려는 반면 일본은 오히려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 숨은 뜻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으로 잠수함을 획득하고 있는 나라로 이번에도 이를 어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해마다 잠수함을 한 척씩 주문하여 매년 10월에 진수를 한 뒤 매년 3월에 취역하는 패턴이 십 수년 동안 거의 지켜지고 있다.

또한 미쓰비시 조선소와 가와사키 조선소가 격년, 교호로 건조하고 있다. 타이게이함 1번함은 이번 미쓰비시에서 진수하였지만, 가와사키에서 2번함, 미쓰비시에서 3번함을 이미 건조 중에 있다. 양 조선소에게 일정하게 잠수함 건조 물량을 보장해줌으로써 잠수함 건조 공백으로 인한 적자를 방지하고 잠수함 건조 기술과 인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또 일본 잠수함 건조의 특성 중 하나는 잠수함을 건조하면서 그 다음 세대 잠수함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소류급 잠수함을 만들면서 2004년도부터 이미 타이게이급을 기본설계하고 각종 시스템 개발과 시험을 해왔다. 일본은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며 이번에 타이게이급 1번함을 진수하면서도 그 다음 세대 잠수함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이 2025-2028 연구개발 예정이라고 밝힌 잠수함은 함교탑의 크기를 최소화하고 함수타를 세일 앞쪽으로 이동시킨 펌프젯 추진으로 설계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일본은 산업체에 2년마다 한 척씩 건조 물량을 보장하고 연구 기관은 설계한 잠수함 건조가 시작됨과 동시에 그 다음 세대 잠수함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며 군에는 일정한 주기의 전력획득을 보장하여 소요제기에 대한 부담을 감소시키고 전력운영 계획을 수립하게 함으로써 산업체와 연구기관, 그리고 운용군의 잠수함 획득사업이 톱니바퀴처럼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한 가지 주지해야 할 사실은 이번에 진수한 타이게이급 1번함인 타이게이(大鯨)함은 작전에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시험함으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1번함을 시험 개발 전용으로 사용함으로써 성능이 확실히 보장된 2번함부터 작전에 투입하겠다는 의도다. 이들이 우수한 성능의 잠수함 획득을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셋째, 이번 타이게이함 진수는 향후 디젤잠수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디젤잠수함 건조를 기술적으로 주도한 유럽을 중심으로 원자력잠수함 대비 디젤함수함의 제한된 잠항능력을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해왔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공기 불요 추진(Air-independent propulsion, 이하 AIP) 시스템을 개발했고 AIP 시스템 중에는 독일을 중심으로 한 연료전지와 스웨덴의 스털링과 프랑스의 폐회로시스템 MESMA가 각축전을 벌이며 향후 디젤잠수함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향후 디젤잠수함은 AIP 잠수함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며 수요가 급증하는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스털링 AIP를 사용한 일본이 오히려 AIP를 제거하고 리튬이온배터리 전용 잠수함으로 최신예 잠수함을 만든 것이 타이게이 잠수함이다. AIP는 수중잠항 지속능력을 증대시켜 주지만 일정한 공간이 필요하고, 수소와 산소 저장 탱크를 갖추어야 하므로 함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안전성에도 부담이 되고 관리유지도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일본은 소류급 1-10번함에 이미 스털링을 사용해보면서 문제점을 느꼈을 것이고 납축전지와 스털링 AIP을 함께 쓰는 조합보다는 리튬이온배터리만 사용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 잠수함 개발회사들은 리튬이온배터리의 유용성을 알지만, 지금까지 AIP에 투자한 자본이 많기 때문에 미래 디젤잠수함 시장을 AIP로 유도하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AIP를 제거한 리튬이온배터리 잠수함 체제로 나간다면 세계 디젤잠수함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일본은 이를 계기로 향후 디젤잠수함 수출시장을 석권하려는 야심을 키우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잠수함 획득에 있어 미일 안보공조 체계 속에서 상생하는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의 해양력 팽창과 함께 중국의 잠수함 전력 증강과 핵추진 잠수함 계발은 일본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공식적으로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거론한 적이 없다. 물론 일본 국내적으로 핵추진 도입론자들과 반대론자들간 첨예한 대립이 있지만 이들은 표면적으로 군비경쟁을 가속화하고 일본의 자위대 개념에 맞지 않는 핵추진 잠수함 개발보다는, 지속적으로 미국과의 안보 공조 속에 질적으로 향상된 디젤잠수함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은 현실적으로 난관이 많은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집중하는 동안, 일본과의 잠수함 건조 기술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해야 한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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