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 중인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차별한다는 비판 속에 일부 백신 물량을 제공하기로 했다. 와이넷(Yne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자치기구(PA)에 5000회 분량의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기로 했다.
현재 이번 주부터 인도가 시작된 이 백신은 팔레스타인 내 의료인력 2500명에게 먼저 투여될 물량이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PA 관리는 이 백신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도 배분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예루살렘포스트도 이스라엘군(IDF) 소식통을 인용해 향후 1만 회분씩 두 차례, 총 2만 회분의 백신이 제공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팔레스타인에 제공될 백신이 유대인 정착지를 포함한 요르단강 서안 지역 의료진에게 투여될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백신 제조업체 화이자에 접종 관련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대규모 물량을 확보해 빠른 속도로 접종을 진행해왔다. 현재 집계된 1차 접종자는 296만1917명으로 전체 인구(약 930만 명)의 30%에 육박한다. 2차 접종자는 167만2510명이다. 이처럼 높은 자국내 접종률에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철저히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리야드 알말키 PA 외무장관은 최근 유엔안보리 월례 회의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백신 제공을 회피하는 이스라엘을 비판한 바 있다. PA는 세계보건기구(WHO) 회의에서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압둘라 요르단 국왕도 지난 1월 28일 화상회의로 진행된 다보스 포럼에서 서안 점령지와 봉쇄된 가자지구에 백신을 공급하지 않는 것이 이스라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당시 압둘라 국왕은 "이스라엘은 성공적으로 백신 접종을 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으로 안전을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한편, 팔레스타인은 러시아산 '스푸트니크Ⅴ' 백신을 계약했지만, 실제 백신 공급 시기는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 팔레스타인 관리들은 초기 계약 물량 10만 회분이 다음 달 중순께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