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경제국(Advanced Economies) 가운데 지난해 4분기와 올해 2분기 GDP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국가는 스페인이며, 영국이 그 뒤를 이었다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밝혔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영국과 스페인의 상대적으로 긴 봉쇄 기간에 주목했다. 다만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양국의 경제성장률이 단순히 봉쇄 조치로 인해 급락했다거나 봉쇄조치가 필연적으로 나쁘다는 식의 결론을 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봉쇄 기간만 따져선 영국과 스페인의 GDP 급락 배경을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GDP 급락의 배경엔 각국의 경제적 특성도 자리 잡고 있다. 영국과 스페인의 소비자 지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민감한 호텔·식당 등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독일이나 프랑스에 비해 5~10% 정도 높다. 또한 스페인은 OECD 국가 가운데 원격으로 일할 수 있는 근로자 비율이 낮은 편에 속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또한 국민의 행동 양식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스웨덴과 같이 국가적 봉쇄를 시행하지 않은 많은 국가에서도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어나면서 불황을 촉발시켰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영국과 스페인의 봉쇄 강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심하지 않았지만, 국민들의 행동 양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면서 더욱 가파른 GDP 하락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과 스페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봉쇄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봉쇄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코로나19 감염이 퍼져나갈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또한 방역 당국에 대한 '신뢰' 역시 경제 악영향을 막는 중요한 요소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실제 지난 6월 설문조사에서 영국 정부의 지지도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미흡한 대응으로 인해 급락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각국의 코로나19 대응 점수를 매긴 결과 영국의 정책 대응이 선진국 가운데 가장 열악했다고 평가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국민들의 신뢰를 잃으면 폐쇄 조치가 끝난 뒤에도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촉발시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