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미국에서 최소 45개의 대기업이 파산 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피해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파산정보제공업체 뱅크럽시데이타는 자산 규모 10억 달러(약 1조1895억 원) 이상인 기업 45개가 파산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18개)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것은 물론,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8개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여기에 중소·중견기업까지 합치면 부채 규모 5000만 달러 이상인 기업 157개가 올해 파산 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석유·가스와 소매업의 피해가 컸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원유 수요가 급감한 데다, 저유가까지 겹치면서 체서피크 등 석유·가스 대기업 33개가 파산했고 이는 지난해 파산한 14개 기업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기업 가치 5000만 달러 이상인 소매업체 24개도 파산신청을 했다, 이는 지난해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운 파산 신청 건수는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이 -32.9%로 7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나온 수치다. 전문가들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도미노' 파산이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벤 슐라프만 뉴제너레이션리서치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우리는 파산 주기의 1회차에 있다. 위기에 더 깊이 빠져들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널리 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연방 정부도 조 단위의 정책자금을 긴급 수혈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현재 420만개의 기업이 긴급 대출을 받았지만, 이는 전체 중소기업의 14%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기업에 막대한 정부 재정을 투입해도, 주당 600달러의 연방 실업수당이 중단되면 경기 회복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는 "기업이 상품·서비스를 생산해도 이를 구매할 소비자가 없다면 수천만명의 미국인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대기업에 비해 기초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이 같은 파산 러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이 전망이 널리 퍼져있다는 데 있다. 기업의 파산을 막으려면 경제가 정상화까지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시장의 회복력을 기대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이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