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2021년으로 10년째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악몽은 잊혀지고 있지만,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선과의 사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누출된 핵연료와 원자로를 보호하기 위해 외부에서 투입된 냉각수가 방사선 물질과 섞여 대량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아직도 후쿠시마 원전 20㎞ 이내는 경계구역으로 설정되어 10만 명 이상의 주민이 피난생활을 계속하고 있으며, 주변에는 1000개의 탱크에 100만t이 넘는 오염수가 저장되어 있으나, 2022년에는 더 이상의 수용이 어렵게 될 전망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검토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어업단체 및 국내외 환경단체는 물론 주변국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방류를 보류하고 향후 대응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의 고민이 결코 한국 및 주변국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원전 밀집도가 가장 높으며, 중국 또한 동부와 남부 해안선에 대부분 밀집되어 100기가 넘는 원자로가 한반도 주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체르노빌 원자력 사고 또한 수십 년이 흘러도 오염된 지역을 정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대부분 방치된 상태로 남겨져 있다.
북한 방사능 오염 현황도 안갯속이라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다. 동북아 지역 내의 원자력 사고는 편서풍과 계절풍 등의 영향으로 해양 오염은 물론 육지도 동시에 오염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할 수 만은 없다. 왜냐하면 바다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과 수산물 등 파급되는 문제에 대한 국제적 협력도 시급한 실정이다.
국경이 없는 전쟁, 소리 없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전쟁이 아니더라도 사고나 테러만으로 가능한 원전 사고 등과 같은 비전통 안보위협은 해당 국가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위협에 대한 공동인식과 목표 설정이 필요하며, 실질적인 국제협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단지 상대를 비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누구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후쿠시마 원전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해양안보협력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으며, 이를 위한 구체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국민적 안전 공감대와 문제에 대한 정보 공유가 시급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누출 문제를 포함한 비전통 안보에 있어 동북아 한‧중‧일 3국의 협력이 주목되고 있다. 만일 역내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한다면,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대한 사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인명피해, 국경폐쇄와 경제침체 등은 세계대전과 버금가는 충격을 주고 있으며, 아직도 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 한‧중‧일 정상회담 논의가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19에 대한 공동대처는 물론 원자력 사고대처를 위한 협력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도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을 도출하고 관련국은 물론 이를 국제사회가 전향적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
특히 비전통 안보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군사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자위대의 역할은 초기대응과정은 물론 후속조치에 이르기까지 필요불가결한 존재로서 국민들에게 각인됐다. 원전 사고 대응을 위한 소중한 경험과 교훈이 공유되고, 대비하기 위한 훈련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지난 2018년 한국군 화생방 방호사령부와 일본 자위대의 중앙특수무기방호대가 첫 교류를 가진 바 있다. 이러한 교류가 실질적인 대처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활성화시켜 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금번 코로나19 대응뿐 아니라 사이버나 대테러 등에 대한 대처도 마찬가지다. 최근 일본은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북한의 참가가 성사된다면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화의 계기가 될 것이다. 향후 다양한 비전통 안보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한‧일 양국은 보다 실질적인 정보공유와 군사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